지난 여정이 궁금하시다면, [도쿄 취재기 8편]을 여기서 확인해 보세요.
도쿄 취재 일시: 2/10-2/15



이번 편은 도쿄 취재의 후반부 기록입니다. 도쿄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며 웬만한 구역을 다 둘러본 뒤, 시간이 조금 남길래 어렸을 때 가봤던 센소지(Sensō-ji)에 다시 들러보았습니다. 센소지는 도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사찰인데요. 왼쪽 사진부터 순서대로 첫 번째 문을 지나 상점 거리를 통과하면, 더 큰 문이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그 문을 지나면 비로소 본당 건물과 탑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문에 달린 거대한 등불입니다. 검은 글씨로 ‘가미나리몬’이라고 크게 적혀 있는데, 이는 ‘천둥의 문’이라는 뜻입니다. 문 양쪽에 풍신(Wind God)과 뇌신(Thunder God)이 안치되어 있어, 재해를 막고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그다음 문에는 ‘호조몬’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보물을 보관하는 문’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이 문 2층에는 사찰의 보물과 불교 경전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등불의 크기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문을 지나 뒤를 돌아보면 정문과 그 옆의 탑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있어 정작 중요한 뒤쪽의 풍경을 놓치곤 하거든요. 뒤를 돌아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은 이런 시도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전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측면의 모습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현대에 지어진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와 고풍스러운 센소지가 한 프레임에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라도 마음에 드는 장소에 가면 이렇게 한 바퀴를 돌며 다양한 관점에서 공간을 음미하곤 합니다.
만화나 소설에서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걷는 캐릭터도 있어야 이야기의 템포가 조절됩니다. 그래야 세계관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디테일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센소지는 부지가 넓어 볼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전등으로 꾸며진 길을 걷기도 하고, 건물 옆 작은 폭포와 그 반대편 다리 너머에서 노니는 잉어들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예전 도쿄 방문 때는 일행이 있어 이런 세세한 풍경을 놓쳤는데, 이번 기회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장소들이 소설에 그대로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2차원 지도나 사진으로만 접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은 소설 구상 시 훨씬 입체적인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에게 더 현실감 있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장소들을 혼자 천천히, 만족할 때까지 구석구석 돌아봅니다. 덕분에 오후 5시쯤 도착해서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셔터를 눌렀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국립 서양미술관(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에 방문했습니다. 일정이 빠듯해 금방 나와야 했지만, 평소 좋아하던 인상주의(Impressionist)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이토록 많은 인상주의 명작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 사뭇 놀랐습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초유명작들은 해외 반출이 어려워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제가 몰랐던 새로운 수작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박물관답게 건축물 자체도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내부 천장의 독특한 구조와 외부에 서 있던 기하학적인 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소설 속에 미술관을 즐겨 찾는 고상한 캐릭터를 넣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방문할 수 있는 로케이션의 선택지를 늘려두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일입니다. 제가 더 바쁘게 움직일수록 제 글의 깊이도 더 풍성해질 거라 믿습니다.
이제 도쿄 여행기도 끝을 향해 갑니다. 다음 편이 도쿄 리포트의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제 소설의 주 무대가 도쿄인 만큼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만큼 유익한 기록들을 남길 수 있어 기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This field research is part of a pre-production phase for this website’s multimedia project. All analyzed locations are selected based on their socioeconomic relevance to the target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