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Planning] 신작 소설 배경 취재 계획서: 일본편 – 도쿄
도쿄에서 가볼 곳들을 위주로 취재 계획을 세우고자 합니다. 도쿄에 7일정도 머물며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미나토 시티 및 근교 도시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특정 순서를 정해두기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도시의 공기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본 사회의 이면: 개인주의라는 이름의 벽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20대 젊은 여성이 일본 도시의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입니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특유의 집단주의 가치관과 가부장적 문화가 잔존함과 동시에, 현대화를 거치며 유입된 서구의 개인주의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 문화(Mainstream culture)는 여전히 집단주의와 남성 위주 사상이 지배적이지만, 서브컬처(Subculture) 영역으로 들어가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양한 욕망들이 분출됩니다.
이 두 문화권은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개인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공간을 철저히 존중할 뿐입니다.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를 엄격히 구별하는 이 사회에서는, 어제의 친절한 이웃이 다음 날 돌변할 수도 있는 특유의 긴장감이 흐릅니다.
가면무도회(Masquerade) 같은 도시의 구조
이러한 이분법적 문화는 서로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배척하는 양면성을 띱니다. 타 사회에 비해 계급이나 문화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시한폭탄 같은 구조이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일본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가면무도회(Masquerade)**와 같습니다. 서로의 가면만 바라보며 산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음지와 양지, 계층 간의 소통 역시 표면적으로는 매끄럽습니다. 일본의 서브컬처와 마이너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나 판매자라는 가면을 쓴 관계는 합리적이지만, 그 가면을 벗고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해야 하는 순간, 그들은 극도의 곤란함을 느낍니다. 진정한 마음의 소통이 결핍된 사회인 셈입니다.
제가 기록하고자 하는 글은 도시화된 환경 속에서 서로를 착취하는 것이 익숙해진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잊혀가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갈 곳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번 취재를 통해 제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구체적인 장소들을 포착해 오고자 합니다.
취재 예정지들:
나카노 브로드웨이: 가장 우선적으로 취재하고 싶은 곳은 나카노구에 위치한 ‘나카노 브로드웨이’입니다. 이곳은 도쿄 서브컬처의 성지로도 유명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상가, 5층부터는 주거 지역으로 구성된 이 주상복합 건물은 과거 도쿄의 상징적인 고급 아파트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된 지금은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저층부의 번화함과 달리 위로 올라갈수록 복도는 미로처럼 좁아지고 기괴한 느낌을 줍니다. 건물 내에서 식료품 구매부터 취미 생활, 주거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거대한 감옥’과도 같습니다. 도쿄 에피소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메인 캐릭터가 이곳에 은둔하며 산다는 설정으로 깊이 있게 취재해 볼 생각입니다.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역 근처 환락가 역시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 아쿠아리움 및 포켓몬 센터와 인접해 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장소 바로 옆에 환락가가 존재한다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관찰하려 합니다.
신주쿠 토호 시네마 앞 (가부키초 인근): 최근 일본의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들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토요코 광장(신주쿠 극장 앞)’을 가볼 예정입니다. 화려한 가부키초의 유흥가 이면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치안을 고려하여 낮 시간대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시부야 스카이 (Shibuya Sky): 현재 2030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랜드마크입니다. 제 소설 속 캐릭터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도시를 관찰하는지 궁금합니다. 화려한 야경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의 시선은 도시의 밤이 가진 이면을 포착하기에 최적의 장소라 생각합니다.
롯폰기: 미나토구의 롯폰기는 가부키초와는 또 다른 성격의 고급 환락가입니다. 인근 부촌을 배후로 둔 이곳은 세련된 바와 클럽이 즐비합니다. 시부야 스카이에서 보았던 화려함과는 다른, 자본이 집약된 도시의 어두운 밤을 상징하는 곳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나토 시티 부촌: 도쿄의 상징적인 타워들이 몰려 있는 구역입니다. 높은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스카이라인과 그 아래 형성된 상류층의 주거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기록할 예정입니다.
오모테산도: 일본의 ‘샹젤리제 거리’로 불리는 대표적인 부촌이자 명품 거리입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할 만큼 화려한 이곳에서 도쿄의 최상류층이 향유하는 자본의 냄새와 거리의 분위기를 취재합니다.
시모키타자와: 일본의 ‘홍대’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곳으로, 빈티지 가게와 카페가 밀집해 있습니다. 20대들의 자유로운 감성과 서브컬처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캐릭터들의 감성적인 배경을 채워넣을 생각입니다.
*This field research planning is part of a pre-production phase for this website’s multimedia project. All analyzed locations are selected based on their socioeconomic relevance to the target market.